젊어서 마르크스주의자가 되어보지 않은 자는 바보요,
나이 들어서도 마르크스주의자로 남아 있는 자는 더 바보다!
- 카알 포퍼
마르크스라는 사람은 일반적으로 사회주의(공산주의)의 이론적 토대를 정리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전에 제가 마르크스를 접해본 거라곤...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에서 미도리가 동아리 선배들은 말만 마르크스, 마르크스 하면서 개혁을 부르짖는 척 하지만, 실상은 주먹밥 투정이나 하고 여자 신입부원의 치마 들추는 일 밖엔 관심이 없다고 하던 거라던가,
전설적인 드라마 야인시대에서 김두한의 거지 친구 정진영이 눈을 반짝이며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공부하던 장면이 다였던 거 같네요.
무튼 지금껏 별로 관심이 없었고...일반적인 상식 정도도 몰랐습니다.
그랬던 제게, 이 책은 굉.장.히 유익했습니다. 우연히 접했지만 오래간만에 집중해서 독파를 했네요...
원시시대 물물교환의 경제시대부터, 노동력이 노예란 이름으로 사유재산화된 로마시대, 노예제 폐지 후 지주와 소작농을 바탕으로 확립된 중세 봉건주의 시대... 그리고 프랑스혁명 이후 전면에 등장한 자본가/노동자 계층.
아래로부터의 개혁이란 상징적인 의미를 갖고 있는 프랑스 혁명이지만, 배후에서 이들을 지원하고 선동한 세력은 당시 자리를 잡아가던 자본가(은행가 등)였습니다. 왕권 체제 하에선 왕명과 제후의 특성에 따라 제각기 다른 세금이 물리고, 재산도 바쳐야 하고, 각종 규제에 잡혀 활동이 제한되는 것이 싫었던 거겠죠.
물론 그렇다고 해서, 프랑스 혁명 자체를 배후의 일부 자본가들의 선동에 의해 시민들이 집단적으로 이용된 사건으로 볼 수는 없습니다.
자본주의란 민주주의, 즉 국민이 주인이 되는 체제를 자신의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기업가로 대표되는 자본가 계층의 목적은 '이윤추구'입니다.
민중들이 자유롭게 경제활동을 해서 돈을 벌면 소비도 할 수 있고, 그러면 판매 대상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레 이윤이 많이 쌓이겠죠.
그런 경제적 관점의 변화가 프랑스 혁명으로 대표되는 민주주의의 시작과 궤를 같이 한다는 점.
아는 사람은 아는 상식이겠지만, 무지한 저는 상당히 놀라웠답니다.
초기 자본주의 시절, 자본가(부르주아) 계급과 노동자(프롤레타리아) 계급 간의 갈등이 점점 심해집니다.
산업혁명과 기계화로 이미 물건화된 사람의 노동력은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기 시작하고, 먹고살기 위해선 필수 불가결하게 자신의 노동력을 제공할 수밖에 없는 세상이 된 거죠.
그래서 초등학생 정도의 어린아이들이 하루 18시간의 살인적인 노동강도에 시달리게 되고, 영아 생존율이 20%를 넘지 못하는 지옥이 펼쳐지고...빈부의 격차는 갈수록 심해지고...
이윤 창출의 욕심은 끝이 없고, 인건비는 떨어질 대로 떨어졌으니 이제 자재 원가를 낮춰야 겠고, 그러려니 한정된 시장 만으론 한계가 있으니... 신대륙을 찾아 식민지 정복 활동을 시작합니다. 제국주의의 등장이죠.
세계사에서 경제가 이토록 중요한 개념이었는지 몰랐네요...
이런 좋지 않은 시기에 등장한 것이 '자본론'이라 일컬어지는 마르크스의 사회주의 이념입니다.
아주 간단히 요약하면, 빈부의 격차는 날로 심해질 것이고, 제국주의 열강들은 서로 더 많은 식민지를 차지하려고 싸우다 결국 자본주의는 파국을 맞이할 것이다, 그리고 인류는 마침내 모든 재화를 평등하게 나눠갖는 사회주의(공산주의)란 유토피아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가진 자들은 절대 자신들의 재화를 내어 놓지 않을 것이니, 혁명만이 유일한 길이다. 전 세계의 노동자여, 단결하라!
실제로 빈부의 격차는 날로 심해져 노동자 계급의 삶은 무너져가고, 제국주의 열강들의 식민지 전쟁, 그 이후 일어난 두 차례의 세계대전까지...마르크스의 예견은 꽤 정확히 맞아떨어져요. 그리고 소련과 미국을 대표로 하는 공산진영과 자유진영 간의 대립이 시작되고...
종래에 소련이 붕괴하고 공산진영이 해체하기까지, 그 사이엔 무슨 일들이 있었을까요. 사회주의가 가진 한계는 어떤 점이었을까요.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두 체제 모두 이상적인 모습과, 결코 피해갈 수 없는 명백한 모순을 내재하고 있습니다. 세상에 완벽한 건 없으니까요.
그렇다면 그 둘의 차이는 어디서 기인하는지, 각각이 지향하는 바는 무엇이며, 또 어떤 피할 수 없는 모순을 지니고 있는지..
일단 그게 뭔지 알아야 생각도 해보고, 판단도 해 볼 수 있겠지요.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매우 유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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